크리소스톰 설교학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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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의 콤플렉스, 증오의 칼날로 돌아오다" -강덕지과장
박희춘 목사  (Homepage) 2018-12-01 20:42:35, 조회 : 1,365, 추천 : 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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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강덕지 과장의 범죄심리학 노트4  (신동아 2006년 5월호)

이번 호 강 과장의 노트엔 ‘불행이 불행을 낳은’ 사람들의 얘기가 담겨 있다. 절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연한 계기로 범죄를 저지른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할 수가 없다. 그 굴레를 덮어씌운 사람이 우리 중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와 그들 사이에 금을 그었기에 피해자는 우리 중에서 나온다.
어린  날의  콤플렉스, 증오의  칼날로 돌아오다나비효과.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 주에 발생한 토네이도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알려진 이론이다. 로렌츠는 이 이론을 통해 사소한 변화가 훗날 엄청난 재난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대, 그리고 가출

종종 피의자를 만나 얘기를 들어 보면 일종의 나비효과를 보는 것이 아닌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어릴 적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정신적 혹은 신체적 콤플렉스 때문에 유년기를 외롭게 보낸 사람들이 훗날 여러 명을 살인하는 범죄자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의 Y씨. 그를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조용필의 노래 가사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가 떠올랐다. 그의 삶은 안타까웠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나는 범죄를 동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범죄의 동기는 동정한다. 이런 점에서 Y는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Y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사망해 줄곧 계모 슬하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늘 일에 바빠 가정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아버지는 새 아내가 아들을 어떻게 학대하는지 알지 못했다.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어머니가 계모인 줄 모르고 자란 Y는 중학교에 입학한 뒤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중학교 등록금을 내주지 않았다. Y는 학교 서무과 직원에게 불려가 뺨을 맞았고, 연유를 알아본 끝에 어머니가 계모라는 사실을 알았다. 예민한 감성은 상처받았다.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도 나왔다.

그러나 중학교 중퇴자 신분으로 나선 사회는 그가 살아가기에 만만치 않았다. 다방 청소, 껌팔이, 공사장 막일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더러 아버지에게 붙잡혀 집으로 오기도 했으나 계모 슬하에선 하루를 견디기 힘들었다. 다시 가출했다.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던 Y는 묵묵히 일하는 것으로 자신의 처지를 달랬다. 지방의 한 식당에서 일하게 됐는데 성실한 그를 위해 주인이 월급 통장을 만들어 꼬박꼬박 급여를 넣어주기도 했다.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돈 쓸 줄도 몰랐던 Y는 돈 모으는 재미로 혹독한 삶을 견뎌냈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고, 나이가 들자 서울로 직장을 옮겼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꽤 많은 돈을 모았다. 그에겐 집과 직장이 인생의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그는 우연히 초등학교 여자동창생 K를 만났다. 정을 못 받고 자란 사람이 낯선 서울로 올라와 살다가 고향 친구를 만났으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서로 안부를 묻고, 고향 얘기를 하다 보니 정감이 남달랐다. 그 뒤로 둘은 자주 만났고,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녀를 보내기 싫다”

K를 만나면서 그는 새로운 삶의 기쁨을 맛보았다. 허기진 사람이 허겁지겁 밥을 먹으면 체하듯, 사랑을 모르고 자란 Y는 여자에게 쉽게, 깊이 빠져들었다. Y는 곧 청혼했고, K도 ‘돈 많고 성실한’ 그를 마다하지 않았다. K의 부모에게도 결혼 승낙을 받았다. 처음 맛본 행복감으로 그는 들떠 있었다.

순조롭던 둘 사이는 뜻하지 않은 걸림돌로 휘청거렸다. 결혼을 승낙했던 K의 어머니가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두 사람의 궁합을 보니 ‘결혼하면 나중에 헤어진다’고 나왔다는 것. 어머니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던 K는 이런 사실을 Y에게 털어놓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Y는 K의 어머니를 찾아가 절대 헤어질 수 없다고 했지만, 이미 변한 K와 그 어머니의 마음을 돌이키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정성이 부족한가 싶어 Y는 매주 지방에 있는 K의 집으로 가서 궂은 일을 마다 않고 했다. Y는 평생 써본 적이 없는 거금을 들여 K와 호사스러운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무릎을 꿇고 빌어도 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마침내 Y는 “너를 보내주겠다. 그러나 마지막 부탁이 있다. 지금부터 두 달만 함께 지내자”고 제안했다. K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승낙했다.

구름이 가듯 시간이 흘러 약속한 두 달의 마지막 날이었다. 얼마나 자신의 처지가 비통했겠는가. 저녁에 소주를 사서 반 병을 한꺼번에 마셨다. 처음으로 입에 댄 술이었다. 그리고는 잠든 K에게 다가가 목을 눌렀다. 그녀를 놓치기 싫었다. 목을 눌렀으나 손에 힘을 줄 수 없었다. 죽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한참을 망설이다 밖으로 나갔으나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이대로 K를 보내야 하는 자신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미웠다. 그때 벽에 걸려 있던 넥타이가 눈에 들어왔고 그것으로 한 사람의 운명은 끝이 났다. 그는 술에 취한 채 숨진 K를 안고 잠이 들었다.

며칠이 지났는지 몰랐다. 잠을 깨고 보니 여자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날짜를 세어보니 사흘이 지났다. 배고픈 것도 모르고, 내처 잠만 잔 것이다. 몸은 깨고 싶었지만, 정신이 이를 말린 것 같았다. 겨울이어서 시체는 부패하지 않았다. 그는 여행용 가방을 구입해 시신을 넣고, K의 고향집 맞은편 냇가에 암매장했다. 그로부터 그는 매일 여자의 무덤 앞에서 K가 좋아하던 사이다를 부어놓고 대화했다. 그가 살인범으로 체포되던 날까지….

K가 죽은 뒤 Y의 삶은 뒤죽박죽이었다. 과거의 그와 완전히 결별한 채 값비싼 자동차를 사들이고 운전기사도 고용했다. 가진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미친 사람처럼 써댔다.

결국 돈이 떨어지자 그는 고향친구와 범행을 계획했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과부를 사귄 그는 돈을 빼앗기 위해 여자도 죽이고, 그 여자의 아들도 죽였다. 나중엔 공범마저 살해했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K의 무덤 앞에서 살인혐의로 체포됐다.

그가 수감된 경찰서에 가보니 Y는 사흘 동안 단식 중이었다. 형사에게 물어보니 범죄 사실을 털어놓는 것보다 먼저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했다는 것. 우선 그를 설득해 밥부터 먹여야 할 것 같았다. 안 먹는다고 버티는 그에게, 애인과 즐겨 먹던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부대찌개라고 했다. 그와 함께 부대찌개를 먹으며 과거를 들었다. 삶을 포기한 상태였다. 두려움이 없었다. 만약 경찰에 잡히지 않았다면 계속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았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부재를 경험하고 아버지나 계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Y. 중학교 때 가출한 탓에 그는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도 없었다. 의지할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었다.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는 “식물은 단 한 가지의 영양소가 부족해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란 요소가 결핍되면 육체는 성장해도 정신은 성장하지 못한다.

눈이 삐뚤다고 마음까지…

왜소한 몸집의 W는 20대 중반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사시(斜視)였다. 그는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사시로 태어났다”고 원망 섞인 말을 토해냈다. 아버지는 그가 크는 것을 보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 생활은 어머니 혼자 도맡아야 했고, 가난한 탓에 눈 수술은 생각지도 못했다.

눈이 삐뚤어졌다고 마음까지 삐뚤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를 평범하게 대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중학교 3학년 때 결국 자퇴했다. 집을 나가 남의 집 농사일을 거들고, 염전에서 소금도 캤다. 싱크대 운반 등 힘든 허드렛일도 했다. 배운 것이 없어 여러 직장을 전전했고 친구도 생기지 않았다. 사람은 부모 슬하를 떠나면서 사회화 과정을 겪는데, W는 온통 부정적인 경험으로 사회화 과정을 밟았다. 자신을 업신여기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조금씩 키워갔다.

20대 중반 무렵 그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한 여자를 알게 됐다. 얼굴도 모른 채 모니터로 대화만 주고받으며 애정을 키워갔다. 만나고 싶었으나 자신의 눈을 보면 그녀가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만났다. 아니나다를까, 여자는 W를 보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여자는 생각이 깊었다. W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함께 PC방에도 갔고, 집이 멀어 그날 귀가할 수 없는 그에게 여관도 잡아줬다. 동정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여관방에서 함께 TV를 보고 12시쯤 되자 여자는 W에게 다음날 아침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돌아갔다. 그는 방에서 뒤척거리며 그 여자가 자신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음날 여자가 약속대로 여관방으로 돌아오자 W는 작심한 듯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너를 좋아한다. 사귀어보자.”

설익은 고백이었다. 여자는 단호하게 “싫다”고 했다. 실랑이가 벌어지고, 몇 차례 고성이 오가던 중에 여자는 W가 가장 아파하는 상처를 건드렸다.

“나는 사팔뜨기는 싫다.”

이 말을 들은 W의 생각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여자를 강간한다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평소 남에게 이해받지 못한 사람은 남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여자가 완력을 못 이기고 성추행을 당하자 신고하겠다며 뛰쳐나가려 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만다. 막상 여자를 죽이고 나니 겉잡을 수 없는 분노가 몰려왔다. W는 살인도 모자라 시체를 훼손하기까지 했다. 정신없이 피해자의 지갑을 챙겼고, 지갑에서 빼낸 신용카드로 도망자 생활을 유지하다 결국 검거됐다.

W는 살인하기 전까지 마음이 삐뚤어진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하자 그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삶의 터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는 때로 인정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선 잔인하리만치 냉혹하다. 그는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배타적인 사회에서 피해자는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졌다.

“내겐 없는데, 너희에겐 있어?”

30대 초반의 여성 X는 후천적인 콤플렉스로 말미암아 범죄를 저지른 경우다. 어릴 때 꿈인 기자가 되고 싶어 대학에 진학하길 원했지만, “여자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됐다”는 권위적인 아버지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머리가 좋았기에 국내 유명 신문사에 전산직 여사원으로 취직했다. 그러나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콤플렉스에 마냥 시달렸다. 상사에게서 꾸중을 들을 때면 ‘내가 대학만 나왔으면 이런 모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문제를 대학에 가지 않은 탓으로 돌렸다. 그러고는 자신을 학대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건전한 인격으로 성장할 수 없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고 사람을 회피한다. 결혼생활도 불만투성이였다. 남편도 아버지처럼 위압적이고 퉁명스러웠기 때문. 직장생활이나 부부관계 모두 매끄럽지 못하자 그는 더욱 삐뚤어져갔다.

어느 화창한 봄날, 창 밖을 내다보던 X의 눈에 한 부부의 모습이 들어왔다. 커플 티를 나란히 입은 채 남편이 유모차를 끌며 행복하게 나들이하는 정경이었다. 얼마나 부러웠는지,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한 아버지가 미웠다. ‘나는 없는데, 남들은 있다’는 현실이 견딜 수 없었다.

‘저 부부는 어디에 살까?’ 호기심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추적해보니 건너편 아파트 사람들이었다. 그때부터 X는 부부에게 협박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편지로 성이 차지 않자 협박전화도 걸었다.

“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 나는 네 남편의 애인이다. 내가 당신 남편을 더 좋아한다. 너는 껍데기일 뿐이다….”

편지를 받은 부인은 처음엔 남편을 의심했지만, 이내 사실이 아님을 알았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누가 이런 편지를 보내는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 부부는 X와 일면식도 없었다.

협박편지는 계속 날아들었다. 여자에겐 “죽이겠다, 그 남자는 내 것”이라고 했고, 남자에겐 애인처럼 “사랑한다”고 썼다. 이렇듯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X는 부부가 사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여자가 받으면 아무 말 없이 끊어버렸다. 당하는 사람 처지에선 미칠 노릇이었다. X는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편지를 보낼 만큼 잔인했다.

견디다 못한 부부는 이사를 갔다. 그러나 협박편지와 전화는 멈추지 않았다. 이사한 집까지 알아낸 X는 광적인 편집증으로 끊임없이 부부를 괴롭혔다. X는 “너희 집에 도청장치를 해놨다”며 윽박질렀고, 부부의 은밀한 사생활을 비디오로 촬영해 아파트 주민에게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X는 결국 체포됐다.

X는 콤플렉스 때문에 정신분열적 경향성을 갖고 있다. 직장생활은 물론 남편과 관계가 무난하지 않아 그 경향은 더욱 증폭됐다. 남들의 행복이 자신에겐 고통이었다. 고통을 이겨내려면 남의 고통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를 직접 만나보니 예상대로 얼굴빛이 매우 어두웠다. 마음이 괴로우니 인상인들 펴질 수 있었으랴. 찌그러진 인상은 마음을 곪게 하고, 삐뚤어진 행동으로 이어진다. 아무 말 없이 그의 얘기를 들어주자 X는 숨겨놨던 콤플렉스까지 털어놓았다.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주저 없이 나라고 했다. 얼마나 할 말이 많았을까, 그 한마디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사람이 흘리는 눈물은 진짜 참회의 눈물이다.

내면은 여자, 외면은 남자

30대 초반의 성적 소수자 Q. 세 명의 누나를 둔 막내였다. 어릴 때부터 누나들을 따라 화장도 하고 치마도 입었다. 부모는 Q가 누나를 따라 노는 것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여자처럼 구는 것을 걱정한 부모는 그를 미션스쿨에 보냈고, 남자들만 생활하는 기숙사에 보냈다.

Q는 커가면서 자신의 내면에 여성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동성인 남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견딜 만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그렇지 못했다.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많았으면 여성 호르몬 주사도 맞고, 여성이 되는 수술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운 탓에 호르몬 주사조차 제대로 맞지 못했다. 내면은 점차 여성화하는데, 주사를 한동안 맞지 않으면 남성으로 돌아왔다. 심리적 갈등이 너무 심했다. 주사 맞을 때는 여자로 보이니까 유흥업소에서 고용해줬다. 그러나 주사를 못 맞아 남성으로 돌아오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손님으로부터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일도 잦았다. 항문 성교를 강요받기도 했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 여자가 되고 싶었다. 생활정보지를 보고 유흥업소를 찾아 전전했고, 잠시 일하다가 쫓겨나는 일이 반복됐다. 굶기를 밥 먹듯 했고 심지어 노숙도 했다.

어느 날 생활정보지를 보고 한 주점에 전화를 걸었다. 여자라고 생각한 술집 여주인은 “함께 지내며 일하자”고 제안했고, 오갈 데 없는 그는 좋다고 했다. 그러나 열흘이 넘도록 함께 산 여주인은 그의 행동에서 수상한 점을 눈치채고는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요구했다. Q가 사실을 털어놓자 여주인은 깜짝 놀라며 그를 쫓아냈다.

짐이라도 챙겨 나가겠다고 하자 주인은 문을 열어줬다. 그러나 그게 마지막이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온 그를 보고 여주인은 듣기 민망한 욕을 퍼부었다. Q는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는 시체를 장롱 속에 숨기고 핸드백을 뒤져 돈을 훔쳐 달아났다. 오래지 않아 탐문 수사 끝에 Q는 체포됐다.

그를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Q는 내게 “큰일이에요. 감방에 들어가면 여자로 돌아가지 못해요”라며 울었다.

그 사건이 터진 뒤 트랜스젠더임을 당당하게 밝힌 하리수씨가 등장했다. 이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인식의 틀을 넓혔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그러나 하씨처럼 여건이 좋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술집을 전전하면서 호르몬 주사 맞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여장 남자도 허다하다. 그들이 한 사람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가 뒷받침돼야 한다.

범죄는 증오, 동기는 동정

30대 중반의 여성 L은 재벌그룹 회장 비서 출신이다. 일을 아주 잘했고, 덕분에 유능한 남편도 만났다. 그에겐 그늘이 하나 있었는데, 아버지가 자주 외도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했다. 불행은 불행을 낳는 것일까. 그의 남편은 능력은 뛰어났지만 친정아버지처럼 외도를 일삼았다. 참을 수 없었다. 이혼을 결심했고, 그 스트레스로 중풍 증세까지 생겼다.

나와 만났을 때 L은 장애인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초라한 행색이었다. 그토록 유능했던 L씨가 의지하는 것은 이제 오로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뿐이었다. 그가 인생의 전부였다. 모든 인생을 아들에게 걸었다. 사랑이 지나치자 집착으로 변했다. 누구라도 그의 아들을 해코지하면 아이든 어른이든 가만두지 않았다. 아들이 싸우다 울고 들어오기라도 하면 그 아이 집을 찾아가 욕을 하면서 싸웠다. 동네에선 이미 싸움닭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사건은 갑작스럽게 터졌다. 어느 날, 아들이 옷에 피를 묻혀왔다. 어머니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아들은 딸기잼이 묻었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딸기잼을 사서 옷에 묻혀보니 색깔이 달랐다. 이웃집 아이들에게 맞은 것이었다. 누구냐고 다그치자 아들은 이웃집 누나에게 맞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이웃집 아가씨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손엔 칼을 쥐고 있었다. 원래는 얼굴에 살짝 상처를 내고 말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가씨는 L의 칼을 피하다가 목을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범죄심리학적으로 이런 유형의 범죄를 개인적 이유에 의한 보복살인이라고 부른다. 독자들은 그깟 이유로 살인까지 저지르겠냐고 하겠지만, 피의자의 눈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당한 것 이상으로 상대에게 보복을 해야 자신이 더 이상 피해를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생각이다.

우리의 삶은 범죄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매우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조금만 빗나가면 범죄자로 돌변한다. 이것이 내가 범죄는 증오해도, 범죄의 원인은 동정하는 이유다.

신동아 2006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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